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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국살이/중동 - 사우디아라비아

[사우디 일기] 여자+남자는 FAMILY 남자만 있으면 SINGLE

내 숙소 근처에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 집이 있었다.

저녁엔 샤와르마나 치킨 등을 팔지만, 아침엔 치아바타 비스무리한 빵에 버터를 바르고 에그 스크램블+불명의 소스(마요네즈 비스무리)를 바른 샌드위치를 팔았다. 하나에 2 리얄(650원 정도)밖에 안 하고, 두 개만 먹어도 배가 빵빵해지는 마법을 가진 빵이었다.

큰 식당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아주 작은 가게다. 사우디 입국 전 인터넷으로 single/family 섹션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배웠는데, 해당 가게엔 따로 구분이 안되어있길래 '아~모두에게 열려있는 가게구나?'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들어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았다. 날 보며 기함하던 몇몇 아재의 표정은 아직도 안 잊혀진다.

놀란 주인아저씨가 자세히 설명해주셨다.

"사우디에서는 Single/Family 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데, 싱글 섹션은 ONLY 남자만 들어올 수 있어. 여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되어있으면 무조건 FAMILY로 가야 돼! 여자를 배려하기 위함이야~"라고 정말 친절하게 말해주시던 오마르 아저씨! (진짜 내가 만나 사우디 남자 중에 제일 친절했고,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아저씨)

"원래 여긴 여자들이 주문도 안 하는 가게야(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진 모르겠다), 네가 밖에서 주문을 하면 내가 가져다줄게. 어떤 거 줄까?"

 

 

출처 : 구글이미지

 

그 후 내가 늘 밖에서 주문하는게 안타까웠는지, 아저씨는 바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안 오는 시간을 알려주셨다. 내 출근 시간보다 조금 빨랐지만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감수했지!

그 시간 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. 아저씨는 늘 문 바로 앞에 내 자리를 마련해 주셨고, 직접 짠 오렌지 주스도 그냥 주셨다. 행여나 내가 먹다가 중간에 사람이 들어와서 날 쳐다보면, 늘 보호해 주셨다. 그냥 금방 일어날 거니까 이해해달라는 말 뿐이었지만, 너무도 감사했다. 내가 다시 사우디에 가게 된다면, 제일 먼저 다시 가고 싶은 곳 1순위!

 

표시가 따로 되어있지 않은 가게는 FAMILY SECTION이 없으니, 남자만 들어와라~는 뜻이다. 작은 식당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. 맥도널드나 KFC 같은 외국계 브랜드는 다 나뉘어져 있다. 사진과 같이 입구조차 다르고, 몇몇 가게는 FAMILY SECTION 이 더 깔끔하기도 하고, 인테리어가 좀 다른 경우도 있다. 
아저씨의 말마따나 여자를 배려하기 위함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..사우디 친구(여) 아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했다. 어차피 패밀리 섹션에도 남자가 여자와 함께 들어갈 수 있기때문에 히잡과 니깝을 맘껏 벗지도 못하는데 말이다.

 

2018년 사우디 내 많은 개혁/변화가 생기면서,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많은 해외 브랜드들은 나뉘었던 섹션을 거의 다 없앴다고 한다. 

 

나에게 SINGLE SECTION은 불편함 보다는, 오마르 아저씨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