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/KOTRA에서 재학생이 한 학기 동안 인턴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. 학기도 인정해주는 좋은 기회였고, 학교 내 많은 언어과들이 있기에 각 전공에 맞게 다양한 나라들이 선택할 수 있다.
나는 전공이 아랍어 였기에 중동권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내 커리어를 위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였다. 학기별로 TO가 생기는 곳이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에 기회를 잘 노려야 한다.
내가 선택할 당시 티오가 났던 나라는 아쉽게도 중동권은 딱 두 나라밖에 없었다.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. 사실 직전학기에 요르단이 있었기에 나는 요르단을 기다리고 있었던 차였다.
이집트는 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에게 너무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는 불평을 많이 들은 곳이었기에 사우디가 가장 최선의 선택지였다. 하지만 당시 사우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여선배는 한 명뿐이었고, KOTRA는 여성인턴이 근무했던 일이 전혀 없었던 상태였기에 걱정도 되었다. 그래도 당시 사우디는 관광비자가 없던 시절이라 이 기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라 생각해서 과감히 지원했다.
운이 좋게 나는 뽑혔다.
나의 스폰서 격인 회사(비자에는 대사관 무역과/부서)로 나왔는데, 공기업이라 그런 것 같았다.)에서 관련 서류를 준비해 주면 내가 한국 사우디 비자센터에 가서 신청하면 되었다.
근데 이게 뭔 날벼락인가!
결국 나는 워킹비자가 아닌 방문 비자이지만 '인턴'으로 적혀있는 비자를 받았는데, 참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할 수 없다고 쓰여있다. 인터뷰 당시 인턴으로 방문 및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.... 아마 무급인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. (현지에서 받은 돈이 교통비 수준이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. 현재는 많이 올랐다고 함)
나중에 현지 친구가 해준 말은 이 비자를 이용해 다른 회사에 취업하면 안 된다는 뜻 같다고 했다.(정작 현지인은 비자시스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. 이용할 일이 없으니 말이다)
사실 현지 거주증만 없을 뿐 모든 건 할 수 있다.
휴대폰 개통(선불 유심 같은) 가능하고, 나는 친구 집 혹은 회사 동료 집에 얹혀살았기에 집 거래를 했을 때 어려움은 딱히 없었다.

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다니... 위에서 언급된 같은 학교 선배(여자) 또한 워킹비자는 받지 못하고 갔다고 했다.
가장 아쉬웠던 건 차를 렌트할 수 없다는 거였는데, 내가 근무했을 당시에는 여자가 운전할 수 없던 시기라 거주증이 있었어도 못했을 거니까....
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, 여자 후배들도 워킹비자받고 일할 수도 있고, 운전도 할 수 있다니!!
여자가 운전도 못해, 차별도 심하다는데 괜찮겠냐는 친구들과 가족의 걱정을 뒤로하고 나는 용감한 척하며 사우디로 갔다!
'외국살이 > 중동 - 사우디아라비아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사우디 일기] 테러!테러!테러! (0) | 2020.09.23 |
---|---|
[사우디 일기] 50도의 더위도 참을 수 있는 이유 (0) | 2020.09.03 |
[사우디 일기] 이슬람의 가장 큰 명절 두가지 (1) | 2020.07.31 |
[사우디 일기] 여자+남자는 FAMILY 남자만 있으면 SINGLE (2) | 2020.05.18 |
[사우디 일기] 처음엔 너무 무서웠던 검은 무리들 (1) | 2020.05.13 |